뻐스 - nuncoo님 블로그에서 트랙빠꾸



시간을 거슬러올라 한때 동작구민으로 주거하던 시절.
인근지역 제법 가파른 언덕에 터를 잡은, 그것도 3층 꼭대기에 위치한 '투 베드룸'을
하루가 멀다 뻔질나게 드나들던 시절이 있었다.
큰방 한쪽 벽면에는 적당하게 채도가 낮은 '그린 파파야 향기' 포스터와
제법 펑퍼짐하게 보였던 사무용책상이 마주앉았고
그 선을 따라 Nick Drake풍의 나른한 음악들,
Blur스타일의 록 음반들이 가지런히 CD 장식장을 채웠다.
누렇게 빛이 바랜 도배지를 가리기 위해 배치된 책장들.
그 속엔 사진입문 가이드 서적들과 수많은 문지사(문학과지성사) 발간의 도서들이
제모습 그대로, 혹은 복고풍 사진액자들에 절반쯤 가려진 채 제자리를 지켰다.
이것들 이외에, 투명 CD케이스에 하얀 목화실을 활용해 걸어둔
탁한 느낌의 유화들을 집안 곳곳에서 발견할 때면 묘한 운치마저 느껴졌다.
그곳에선 언제든 예의없이 냉장고 문을 열어젖힐 수 있어 편했고,
책장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놓여있던 여러종류의 향수들을
원한다면 온몸으로 마음껏 샷을 날릴 수 있어 신나~라했으며,
무엇보다, 새벽녘까지 이어지던 긴 수다 끝에 "자고 가~!"
주인장의 아쉬움섞인 애정표현(?)이 더없이 정감있어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결코 넉넉하지 않았던 싱글침대에서 가까스로 나란히 자리를 잡고서도,
혹여 서로의 체온이 느껴질새라 엄격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각자 등을 돌려 돌아누워서도,
서로의 속내를 밤새 내통하며 우리의 가장 탄력있고 싱싱했던 젊은 시간들을 함께 채워갔다.


**욕조가 들어설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자그마한 화장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정면으로 보이던 화장실문 정 중앙에

빨강.초록 압정으로 꽂혀있던 그림.
여전히 선명하다. 나는 그 그림을 보면서 다짐했었다.
'언젠가 나도 독립이란 걸 하게되면 비슷한 그림을 걸어둬야지.'
(그로부터 10년 뒤, 드디어 나도 독립이란 걸 하게됐지만

정작 내가 걸어둔 것은 '롱 때밀이 타월'이었다는..)
아무튼 그 시절 그 그림이 바로, 1929년 프리다 칼로의 '버스'란 작품이란다.
nuncoo님의 블로그에서 냅다 훔쳐왔다!




by zakang | 2005/10/26 02:57 | zak'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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